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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책읽기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학생 때는 소설, 만화책, 자기 개발서 같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많이 봐왔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손에서 책을 놓게 되었다. 야근이나 생존 운동을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제한적이었고, 책은 내 인생에서 너무 후 순위였다. 

 

그러다 오빠의 아이디어로 부모님 치매 방지를 위한 가족 독서 모임이 시작되었고, 오래간만에 책을 잡은 느낌이 너무 좋아 이를 기록하려고 한다. 이제는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슬프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책을 잡았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었지만 그 누구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화도 되어서 내용이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현대과 과거로 나누어져 있는데 현대는 가볍고 과거는 가볍지 않았다. 과거는 역사적 인물이 많이 나오는데 외관 묘사보다는 성격 묘사가 많이 등장해서 인물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사 공부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건도 너무 많다 보니 사건을 다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상세한 인물의 외관 묘사에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술술 읽혔다. 100세 노인의 탐험기라 그런지 사건도 단순하고 명료했다. 현대의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서 계속 잡게 되는 책이었달까?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최소한의 조건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고, 흘러가듯이 살면 저런 삶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반면 자신의 호기심이나 목적 때문에 사람이 죽는 상황에도 자책보다는 해프닝처럼 넘어가는 부분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이 책이 영화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다 읽은 후 영화도 시청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책이 더 재미있었다. 2-3시간 안에 책의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가야 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수정하게 되고,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설정이 틀어지면서 캐릭터 설정도 틀어져 재미 요소가 반감되었나 보다. 그래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비슷한 느낌의 색감과 소품들은 내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엔 충분했다.

 

발제

1. 나 혹은 타인의 작은 선택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경험이 있는가?

- 어릴 때 아버지가 마카 세트를 사준 적이 있다. 이 사건이 나비효과가 되어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현재 나는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나비효과 같다.

2. 나라면 주인공과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은 사건과 이유

- 알란 칼손의 유년시절부터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알란 칼손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 사람이 죽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나 같으면 죄책감에 휩싸여서 정상적인 삶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멀쩡한 정신으로 나올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3. 내가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았다면 100세에 드는 내 인생에 대한 느낌, 총평은?
- 내 시점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사건 위주로 보면 꽤나 유쾌한 삶을 살았지만, 생각보다 정신병원이나 노역으로 보낸 시간이 길다. 주인공 시점에서 보면 그저 재밌었다 정도지 않을까?


4. 오랜만에 책을 읽어본 경험에 대해서
- 15년도에 첫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때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서 놓게 되어, 전문 서적을 제외하고 책을 제대로 읽은 지 5년이 넘은 것 같다. 5년 만에 책을 잡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뭔가 좋다고 끝내기엔 그리운 감정도 들고, 이제는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 슬프고, 왜 여태 책을 멀리하고 살았는가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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